코엑스 웨딩박람회 관람 필수정보
하필이면, 아니 어쩌면 다행히도, 비가 내렸다. 우산을 챙기느라 한 손은 바빠졌고, 다른 한 손엔 커피를 끼워 넣느라 정신이 쏙 빠졌다. 그래도 설렘이 눈꺼풀 위로 팔딱거리던 그 아침, 나는 코엑스로 향했다. “오늘은 웨딩박람회니까, 아무리 실수해도 웃으면서 돌아오면 되겠지?” 스스로에게 중얼거리며 지하철 문이 닫히는 소리에 놀라 뛰어들었다. 누가 보면 영화 첫 장면 같다고 했지만, 사실은 카드지갑을 집에 두고 온 게 가장 큰 사건이었다. 덕분에 입장 직전에 편의점에서 현금을 뽑느라 시간은 훌쩍, 마음은 두근. 사람이 원래 그렇다. 계획과 달리 틀릴 때, 오히려 이야기가 생긴다. 내 이야기도 그렇게 시작됐다.
장점·활용법·꿀팁
1. 한눈에 비교되는 브랜드 천국
전시홀에 들어서자마자 웅장한 부스들이 빼곡했다. 드레스, 스냅, 한복, 심지어 폐백음식까지 줄지어 서 있었는데, 마치 축제 같았다. 평소라면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만 보던 스와이프가, 오늘은 실제 옷감의 질감으로 손끝에 닿았다. 덕분에 “이 드레스는 사진빨이구나!” 같은 깨달음도 바로바로 얻었다. 시간을 아끼려면 입구에서 받은 지도에 미리 별표를 치고 순서대로 돌자. 나처럼 아무 생각 없이 뛰어다니면, 하객용 힐로는 발이 먼저 항복한다.
2. 상담비·예약금 즉석 할인, 놓치면 손해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특가’라는 말에 약했다. “오늘 계약하면 20만 원 할인!”이라는 멘트를 듣는 순간, 심장이 한번 더 박동했다. 그래도 지갑 잔고를 생각하며 머뭇거렸는데, 담당 플래너가 꺼낸 쿠폰북을 보는 순간, 결국 계약서를 써버렸다. 실수 같았지만, 뒤돌아보니 합리적인 선택이기도 했다. 꿀팁 하나, 상담 전에 예산의 최대치를 동행인에게 미리 말해두면 충동계약을 최소화할 수 있다.
3. 웨딩 트렌드 체험 존, SNS 감성 그대로
핸드타이드 부케 클래스, 셀프포토부스, 케이크 시식… 잠깐만, 이건 박람회인가, 놀이동산인가? 나는 버터크림 케이크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역시 설탕은 진리야!”라고 감탄했다.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기 바빴고, 나도 질 수 없었다. 결과? 메모리 카드 용량 초과 경고. 고를 수 있는 게 많다는 건 행복이자 고민이다. 도대체 어떤 콘셉트를 고를지, 행복한 한숨이 새어나왔다.
4. 눈치게임 없는 샘플 촬영
드레스 피팅 존 앞에서 ‘촬영 금지’ 팻말을 보고 움찔했지만, 스태프가 “샘플은 자유 촬영이에요”라고 웃으며 말하자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다만, 일행이 많으면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니, 2인 이하로 이동하는 게 속 편하다. 혼자 왔어도 걱정 마시라. 나처럼 옆 부스 커플에게 “사진 한 장만 찍어주시겠어요?” 부탁하면 기꺼이 도와준다. 덕분에 알 수 없는 친밀감이 싹트고, 박람회가 끝난 뒤에도 DM으로 사진을 주고받았다 😊
단점
1. 인파에 휘청, 체력 방전
솔직히, 오후 2시를 넘기면 발 디딜 틈이 없다. 나는 스냅 촬영 상담 20분을 기다리다 결국 포기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는 코엑스몰 지하 푸드코트로 잠시 피신하자. 하지만 돌아올 때 다시 줄을 서야 한다는 건 함정이었다. 그래서 알아낸 팁, 점심시간 전에 핵심 부스를 먼저 돌고 늦은 점심을 먹는 편이 낫다.
2. 지나친 계약 압박
“오늘만 이 가격”이라는 말, 알고 보니 내일도 비슷했다는 후기가 있더라. 나는 현장에서 스냅 패키지 계약서를 쓰다 만 원권 몇 장이 갑자기 사라진 줄 알고 쿵! 심장이 내려앉았다. 알고 보니 내 주머니가 아닌 동행의 파우치에 꽂혀 있었다. 계약은 서두를수록 서류 실수도 늘어난다. 집에 돌아와 차분히 비교할 수 있도록, 견적서는 찍어서라도 챙겨두자.
3. 정보 과부하로 뒷날 멍
부스마다 다른 견적, 다른 혜택. 머릿속엔 숫자와 날짜가 뒤엉켰다. 그날 밤, 나는 결국 엑셀을 켜고 ‘드레스-메이크업-스냅’ 시트를 만들었다. 자료 정리에 두 시간. “아, 그냥 전문가에게 맡길 걸…” 꾸벅꾸벅 졸다 엑셀 창을 닫았다. 몸도 마음도 쉼이 필요하다.
FAQ: 친구들이 내게 던진 현실 질문들
Q1. 혼자 가도 괜찮을까?
A. 내가 바로 그 ‘혼자+동생 대동’ 케이스였다. 상담할 때 다소 어색하지만, 스태프가 먼저 말을 걸어줘서 금세 풀렸다. 혼자라면 오히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모르는 커플과도 금세 동지가 되니, 걱정보단 호기심을 챙겨가자.
Q2. 입장료가 무료라는데, 숨은 비용은 없어?
A. 맞다, 입장은 무료다. 다만 현장에서 드레스 피팅권, 메이크업 체험권 같은 유료 옵션이 있다. 나는 ‘단돈 5천 원’이라는 말에 혹해 피팅권을 샀는데, 결국 시간 부족으로 못 썼다. 비슷한 일정이 많다면 옵션권은 신중하게 고르자.
Q3. 혜택이 진짜 저렴한 거야?
A. YES와 NO 사이. 예를 들어, 드레스 패키지는 10% 정도 싸다. 그러나 옵션 추가를 요청하면 결국 비슷해질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장에서 견적서를 받고, 온라인과 재차 비교하는 것. 즉석 결정보다는 ‘이틀 숙성’이 지갑을 살린다.
Q4. 주차는 편해?
A. 코엑스 지하 주차장은 넓지만, 박람회 주말엔 만차에 가깝다. 나는 30분을 빙빙 돌다 결국 다른 출구로 빠졌다. 대중교통이 마음 편하지만, 짐이 많다면 동문 주차장에 오전 10시 전 입차를 추천.
Q5. 다시 간다면 뭐부터 챙길 거야?
A. 편한 운동화, 충전된 보조배터리, 그리고 메모 앱. 특히 운동화! 힐 신고 갔다가 물집이 터져서, 돌아오는 길엔 슬리퍼를 샀다. “웨딩 준비는 발부터 지키는 것.” 내 뼈아픈 교훈이다 😅
이렇게 하루가 갔다. 지하철 마지막 칸 창가에 기대어, 계약서 봉투를 다독이며 생각했다. “조금 헤맸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겠지.” 준비의 절반은 설렘이고, 나머지 절반은 미숙함이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당신도 언젠가, 아니 곧, 코엑스 웨딩박람회 앞에서 우산을 접으며 나와 같은 긴장된 숨을 내쉴까? 그때 이 기록이 작은 나침반이 되길. 잘 다녀오길, 그 설렘을 꼭 메모해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