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은 노트 한 장, 그리고 나의 <인천웨딩박람회> 현장 준비 기록
아침부터 물비린내가 창문을 두드렸다. 나는 휴대폰 알람을 세 개나 맞춰두고도 결국 두 개를 끄고, 마지막 진동이 책상 위 물잔을 흔드는 소리에야 정신을 차렸다. 샤워도 건너뛰고, 면도는 하다 말았고, 머리는… 솔직히 빗 한 번 대지 못했다. 그럼에도 가슴속 설렘이 나를 일으켰다. ‘그래, 오늘이 바로 인천행이잖아.’ 웨딩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 한가득 백합 향이 피어오르는 나, 하지만 현실은 왠지 우당탕탕이다. 『웨딩 박람회? 나랑 어울리긴 하나?』 중얼거리며 집을 나섰다.
지하철 1호선 끝자락, 시끌벅적한 사람들 속에서 나는 몰래 손바닥에 메모를 적었다. “부스 순서, 예산, 샘플 포트폴리오.” 잉크는 땀에 조금 번졌지만, 에라, 되든 안 되든 일단 부딪혀보자. 눈앞에 걸린 현수막, 그리고 인천웨딩박람회 라는 큼지막한 글자가 나를 반겼다. 간판조차 반짝거리니 ‘아, 나 진짜 결혼하긴 하는구나’ 싶어 웃음이 났다😊
들어서자마자 향수 냄새가 훅. 거기에 웅성거리는 목소리, 화려한 조명, 발 밑엔 보고 또 봐도 끝없는 도면들. 손목엔 등록 팔찌가 채워졌고, 가방엔 두툼한 브로슈어가 덜컥 들어왔다. 무게가 묘하게 기분 좋았다. 그러나 곧 작은 실수가 터졌다. 첫 부스에서 받은 에코백에 샴푸 샘플을 잔뜩 넣었더니, 어깨끈이 ‘뚝’ 하고 끊어져버린 것. 순간 당황했지만, 옆 부스 스태프가 여분 가방을 주며 “다들 처음엔 그래요”라 위로해줬다. 그 한마디에 또 울컥. 결혼 준비는 몸보다 마음이 먼저 흔들리는 일인가 보다.
장점·활용법·꿀팁
1.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면시키는 ‘정보 폭탄’
나는 로맨틱한 꽃길만을 상상했지만, 박람회 첫 바퀴를 돌고 나니 예산이라는 장벽이 빼꼼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그게 오히려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다양한 업체가 한 공간에 모여 있어 가격 비교가 ‘한 큐’에 된다. 굳이 인터넷 새 창을 백 번 띄우지 않아도, 발품 몇 걸음이면 끝. 부스 곳곳에서 공개하는 실제 견적서를 사진으로 찍어두고, 집에 가서 차분히 파일 하나에 모아봤다. 나중에 보니 ‘음, 이 정도면 우리 통장도 안 울겠는데?’ 하는 안도감이 들더라.
2. 예비부부 대상 혜택 사냥, 놓치면 손해
경품 응모함 앞에서 잠깐 망설였다. ‘이런 거 난생 처음인데….’ 하지만 진행요원이 “신부님, 참가 안 하셨죠?”라고 물을 때, 이상하게도 ‘신부님’이라는 호칭이 부끄럽게 좋았다. 그래서 응모권에 이름을 쓰고, 웨딩사진 촬영 할인권을 덥석 집었다. 그게 웬걸, 나중에 50만 원 세이브! 꿀팁이라면, 작은 쿠폰도 귀찮아하지 말고 챙길 것. 집에 와서 보니 소소하게 모인 할인권이 총액 100만을 훌쩍 넘어 버렸다.
3. 동선 계획은 느슨하게, 대화는 집요하게
처음엔 ‘1시간이면 충분하겠지’ 큰소리쳤다. 하지만 웨딩드레스 부스에 오래 붙들려 사진 찍고, 예물 구경하다 기웃거리다 보니 어느새 세 시간. 다리도 다리지만, 정신적 에너지 소모가 더 컸다. 그래서 알아낸 나만의 법칙! “부스 두 곳 돌면, 벤치 한 번 앉기.” 앉아 있는 동안 메모 정리하고, 파트너와 눈을 맞추며 “어때?” 묻는 시간, 의외로 중요하더라. 동선이야 느슨해도 괜찮지만, 질문만큼은 날카롭게. “계약금은 환불이 가능한지?”, “샘플 앨범은 실제 고객 것인지?” 같은 구체적인 질문이 잔 실수를 줄여줬다.
4. 나만 몰랐던 ‘사전예약’의 비밀
나는 무작정 찾아갔지만, 친구는 사전에 온라인 예약을 했다. 그 덕분에 친구는 입장 줄도 스킵, 웰컴 기프트까지 챙겼다. 부러워서 괜히 “난 즉흥이 좋다”고 뻐겼으나, 사실 속으로는 ‘다음엔 꼭 예약!’이라 다짐. 여러분도 혹시 나처럼 즉흥형이라도, 사전예약 링크를 확인해두면 좋다. 대기 시간 날려먹는 실수, 안 겪어도 된다.
단점
1. 사람 홍수에 눌리는 마음
주말 오후, 말 그대로 인파 바다다. 예식장 하객처럼 물결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내 목소리가 작아지는 걸 느꼈다. 불편한 신발을 신고 갔다면, 아마 금세 주저앉았을 거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집중력도 툭 끊긴다. 그래서 메모장에 ‘오늘 꼭 결정할 것 세 가지’만 적어놓고, 그 외 정보는 가볍게 듣고 넘겼다. 선택지가 많아도 결국 결정할 건 몇 개뿐이더라고.
2. 스냅사진 허세 덫
“이 패키지가 이번 시즌 마지막 특가예요!”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그 패키지, 포함 옵션만 화려하고 실속은 빈약할 수 있다. 나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계약서에 사인하려다, 순간 펜이 잘 안 나오는 바람에(필기구도 내 편?!) 다시 한번 상품 구성표를 살폈다. 다행히 빠진 항목을 발견해 미소 짓고 말았다. 허세에 눈멀어 덥석 잡지 말 것. 펜 한 번 끊겨주는 것도, 때로는 구원이다.
3. 지나친 샘플 수집 후유증
박람회 끝나고 집에 도착하니, 가방에서 로션 샘플, 머플러, 심지어 냄비 받침까지 쏟아졌다. 무의식적으로 받은 굿즈가 생활 공간을 침범하니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정작 필요한 건 계약서와 명함뿐이었는데 말이다. 다음번엔 ‘받을 것 체크리스트’를 미리 만들어야지… 중얼거리며 쓰레기봉투를 끌어안았다.
FAQ, 혹은 내 마음속 반복재생 질문들
Q1. 인천웨딩박람회, 초보 예비부부도 괜찮을까?
A. 나도 그랬다. 예식장 구조도 모르고, 드레스 용어도 생소했지만, 부스마다 상담사가 친절히 순서도 설명해줬다. 돌아올 때는 ‘이 정도면 프로!’라는 착각까지 했다. 두려움보단 호기심을 챙겨가면 된다.
Q2. 예산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A. 정답은 없다. 다만 박람회 가기 전에 ‘최대 지출 한도’를 적어두고, 계약 직전 다시 한 번 읽어보라. 나는 3백만 원을 예상했지만, 혜택 덕분에 2백만 원대에서 마무리했다. 계획이 있다면, 기회도 다가온다.
Q3. 하루면 충분할까, 이틀이 나을까?
A. 체력이 관건. 나처럼 토요일 하루 알차게 돌고, 일요일에는 온라인으로 정보 복습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마음이 급하면 놓치는 부스가 생기니, ‘필수—선택—보류’ 세 단계로 분류하면 한결 여유롭다.
Q4. 동행자는 몇 명이 좋을까?
A. 파트너와 둘이 가는 걸 추천하지만, 결혼 선배 한 명이 동행하면 ‘현실 조언’을 얻기 좋다. 그러나 세 명이 넘어가면 의견이 분산되어 피곤하더라. 결국 결정은 우리 몫이니까.
Q5. 꼭 챙겨야 할 물품은?
A. 편한 운동화, 튼튼한 에코백, 그리고 스마트폰 보조 배터리. 나는 배터리가 10% 남았을 때 계약서를 사진 찍느라 식겁했다. 보조 배터리 하나면, 마음까지 든든.
문득 창밖으로 저녁빛이 스며든다. 오늘 적은 메모는 땀자국에 조금 얼룩졌지만, 그마저 내 하루의 증거다. 여러분도 혹시 인천행을 망설이고 있는가. 그렇다면 한번 용기 내어 물결 속으로 들어가 보길. 숨 가빴던 순간들이, 돌이켜보면 가장 초록빛 추억이 되어 내 마음 한구석에 반짝이는 걸. 그러니 묻고 싶다. 당신의 웨딩 버킷리스트 첫 장에는 어떤 설렘이 쓰여 있나요?